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3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부자는 45만 6,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자산가의 수가 상당한 만큼, 자산을 현명하게 승계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상속’과 ‘증여’ 중 어떤 방법으로 자산을 승계할지에 대한 문의가 많은데, 만일 생전에 일부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해 준 경우, 사후에 다른 자녀들이 부동산을 받은 자녀에게 상속재산분할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일부 자녀가 증여받은 부동산은 ‘특별수익’에 해당하므로 이를 고려하여 다른 자녀들이 상속재산분할에서 더 많은 상속 재산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예시로, 자녀 A, B, C가 있는 피상속인이 자녀 A에게 아파트를 증여한 이유가 아파트는 자녀 A의 것으로 하되, 나머지 상속 재산만을 A, B, C가 1/3씩 나누어 갖게 할 의도였다면, 그러한 피상속인의 의사와는 달리 상속재산분할 소송에서 아파트를 증여받지 못한 B, C가 A보다 더 많은 재산을 상속받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특정 재산이 온전히 일부 상속인에게 이전되기를 희망한 피상속인의 생전 의사에 합치되지 않는 결과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속이나 증여가 아닌 제3의 방법으로 신탁을 활용할 수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인 ‘상속재산’이 되기 위해서는 상속개시시, 즉 피상속인이 사망할 당시 피상속인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이어야 하는데, 부동산을 신탁하게 되면 수탁자가 부동산등기부상의 소유자가 되므로, 그 신탁 부동산은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소유한 부동산을 첫째에게 신탁하면서, 어머니를 신탁자이자 수익자로, 첫째를 수탁자이자 귀속권리자로 설정하면, 어머니는 살아생전에는 부동산의 월세 수익 등을 수익자로서 받게 되고, 어머니 사후에는 귀속권리자인 첫째가 그 부동산의 소유권자가 되며, 이때 그 부동산은 어머니 사망 당시에 어머니 명의의 재산이 아니라서 상속재산분할대상에 해당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다만, 신탁법은 수탁자를 단독 사후 수익자로 지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첫째를 수탁자이자 단독수익자로 하여 신탁계약을 한 경우 수탁자인 첫째를 단독수익자로 규정한 부분은 무효로 보되, 귀속권리자의 설정에 따라 신탁재산의 귀속을 달리 판단하고 있으므로, 신탁 설정시 이러한 부분에 대한 법적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2다307294 판결 참조).
이처럼 신탁제도를 이용하게 되면 부동산을 자녀에게 곧바로 증여해주지 않아도 되고, 향후 해당 재산에 관한 상속 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으며, 생전에는 본인이 부동산의 수익을 수취하다가 사후에 특정 자녀에게 귀속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신탁의 활용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속에 있어 신탁제도는 비교적 최근에 주목받기 시작한 만큼 법리가 명확히 형성되지 않은 부분이 많으므로, 법률전문가의 컨설팅을 통하여 현명하게 자산승계를 계획하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