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빌려주면 나도 처벌될까 — 부산 도박조직 사건
CASE REVIEW · 형사 / 부산
작성 2026. 7. 27. | 로엘법무법인 이범주 변호사
"통장 하나만 빌려주면 돈을 준다"는 제안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들어옵니다. 아는 사람의 부탁으로, 혹은 아르바이트 공고의 형태로 옵니다. 통장을 넘긴 사람은 대개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돈을 훔친 것도, 누군가를 속인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판단은 다릅니다. 언론에 보도된 부산경찰청 발표를 계기로, 계좌를 넘긴 사람이 왜 형사 피의자가 되는지, 그리고 "몰랐다"는 항변이 실제로 어디에 놓이는지 정리합니다.
Q. 통장을 빌려줬을 뿐인데 저도 처벌받나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은 통장·카드 같은 접근매체를 넘기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어, 넘겨받은 사람이 그 계좌로 무엇을 했는지와 별개로 넘긴 행위만으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대가를 받고 빌려준 경우, 또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빌려준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
부산경찰청이 발표한 사건 — 계좌가 범행 구조의 한 축이었다
언론에 보도된 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발표에 따르면, 경찰은 2026년 7월 도박공간개설·상습도박·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172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6명을 구속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구속된 6명은 도박사이트 운영자 2명, 고액·상습 도박자 3명, 그리고 청각장애인 통역사 1명으로 알려졌습니다.
보도된 범행 구조는 세 단계입니다. 해외 서버를 기반으로 도박사이트가 개설·운영되고, 통역사가 청각장애인들에게 접근해 계좌를 모집하며, 모집된 계좌가 양방도박 조직에 제공되어 베팅에 쓰이는 방식입니다. 베팅 총액은 3,200억원대, 개인 최고 베팅액은 3억 2,000만원으로 조사됐다고 발표됐습니다.
이 사건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계좌가 부수적 수단이 아니라 범행 구조를 지탱하는 한 축으로 다뤄졌다는 것입니다. 도박사이트는 자금이 흘러갈 통로가 없으면 굴러가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이 운영자뿐 아니라 계좌 공급 경로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위 내용은 모두 수사기관의 발표 단계이며, 관련자들의 혐의는 아직 법원에서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적용된 죄명은 세 갈래로 나뉜다
이 사건에 등장하는 세 가지 혐의는 각각 다른 조문과 다른 법정형을 가집니다. 같은 사건에 얽혀 있어도 어느 위치에 있었느냐에 따라 적용 법조가 달라집니다.
| 죄명 | 근거 조문 | 법정형 |
| 도박 | 형법 제246조 제1항 | 1천만원 이하 벌금 (일시오락 정도는 예외) |
| 상습도박 | 형법 제246조 제2항 |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 |
| 도박장소 등 개설 | 형법 제247조 |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
| 접근매체 양도·대여 |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
표에서 확인되듯 통장을 넘긴 행위의 법정형은 도박을 한 행위보다 무겁습니다. 단순 도박은 벌금형만 규정되어 있지만, 접근매체를 넘긴 행위에는 5년 이하의 징역이 함께 규정되어 있습니다. 도박에 가담하지 않고 계좌만 제공했더라도 형사적으로는 더 무거운 조문 아래 놓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전자금융거래법은 '넘기는 행위' 자체를 금지한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은 접근매체의 양도·대여를 유형별로 나누어 금지하고 있습니다. 접근매체란 통장, 현금카드, 공동인증서, 계좌 비밀번호처럼 전자금융거래에서 이용자를 확인하는 수단을 말합니다.
금지되는 행위는 다섯 가지입니다. ①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 ②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③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또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④ 접근매체를 질권의 목적으로 하는 행위, ⑤ 위 행위들을 알선·중개·광고하거나 대가를 약속하면서 권유하는 행위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조항이 결과가 아니라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넘긴 계좌로 실제 피해가 발생했는지, 얼마가 오갔는지는 조문의 성립 요건이 아닙니다. 대가를 받고 빌려주었다면 그 사실만으로, 범죄에 쓰일 것을 알고 빌려주었다면 그 인식만으로 요건이 채워집니다.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몰랐다"는 항변이 실제로 놓이는 자리
계좌를 넘긴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범죄에 쓰일 줄 몰랐다"입니다. 이 항변이 의미를 갖는 범위는 조문의 구조를 따라가면 분명해집니다.
③ 유형, 즉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대여한 경우는 인식이 요건이므로 몰랐다는 사정이 다툼의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② 유형은 다릅니다. 대가를 주고받으며 대여했다면 범죄 인식은 요건이 아닙니다. "돈을 받고 빌려줬지만 무엇에 쓰이는지는 몰랐다"는 진술은 ② 유형에서는 방어가 되지 않고, 오히려 대가 수수 사실을 자인하는 진술이 될 수 있습니다.
필자가 형사 사건을 수행하며 확인하는 실무의 갈림길도 이 지점입니다. 조사 초기에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다툴지 정리되지 않은 채 "몰랐다"만 반복하면, 정작 다툴 수 있는 부분까지 정리하지 못한 상태로 조서가 남습니다. 대가의 유무와 성격, 상대방과 주고받은 대화, 계좌를 넘긴 경위가 각각 어느 유형에 걸리는지 먼저 구분해야 방어의 방향이 잡힙니다.
통장을 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면
결론은 단순합니다. 어떤 명목이든 본인 명의의 계좌·카드·인증서를 타인에게 넘기지 않는 것이 유일하게 확실한 대응입니다. "잠깐만 쓰고 돌려준다", "세금 문제 때문에 그렇다", "정식 아르바이트다"라는 설명이 붙어도 조문의 적용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미 계좌를 넘긴 상태라면, 거래를 즉시 중단하고 해당 계좌의 지급정지를 신청한 뒤 경위를 정리해 두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 사건처럼 조직적 범행의 계좌 공급 경로가 수사 대상이 되면, 명의자는 자신이 인지하기 전에 이미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락이 오기 전에 사실관계를 정리해 두는 것과 조사에 불려 간 뒤 기억에 의존해 진술하는 것은 결과가 다릅니다.
특히 고령자나 장애인처럼 계좌 모집의 표적이 되기 쉬운 가족이 있다면, 이런 제안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미리 공유해 두는 것이 실질적인 예방책입니다.
계좌 명의 문제로 조사 통지를 받으셨나요? 로엘법무법인이 조사 단계의 사실관계 정리부터 대응 방향 검토까지 안내합니다. |
참고자료
· 「형법」 제246조(도박, 상습도박), 제247조(도박장소 등 개설) — 국가법령정보센터
·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49조 —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 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수사 발표 관련 보도 (2026.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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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범주 로엘법무법인 파트너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 전문변호사 · 이혼 전문변호사 변호사 프로필 보기 |
| 본 칼럼은 공개된 수사기관 발표 관련 보도를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법률 해설이며, 특정 사건 당사자와 무관하고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언급된 사건은 수사 단계로 관련자의 혐의는 확정되지 않았으며, 모든 피의자는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됩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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