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승인 후 가등기 본등기, 부당변제일까

COLUMN · 상속

작성 2026. 10. 29. | 로엘법무법인 김지혜 변호사

빚이 많은 부모의 상속을 한정승인했는데, 상속 부동산에 생전부터 가족 한 사람 앞으로 가등기가 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등기에 따라 본등기를 해 주면 다른 채권자들에게 나눠 줄 재산이 줄어들기 때문에, 나중에 부당변제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생깁니다.

대법원은 2026년 4월, 한정승인한 상속인들이 상속재산의 가등기권자에게 본등기를 마쳐 준 것은 부당변제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을 중심으로 한정승인 뒤 상속재산을 정리할 때의 기준을 살펴봅니다.

Q.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이 상속재산의 가등기권자에게 본등기를 해 주면 부당변제가 되나요?

대법원은 부당변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26. 4. 2. 선고 2023다267355 판결은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는 가등기권자가 언제든 본등기를 청구할 수 있고 가등기에 따른 순위보전 효력도 있으므로, 채권액 비율로 나누어 갚지 않고 본등기를 마쳐 주었더라도 「민법」 제1034조 제1항 본문 위반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가등기가 있던 상속 부동산에서 생긴 일

판결문에 따르면 피상속인은 토지 두 필지를 갖고 있었고, 자녀 한 명이 2008년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이 토지에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보전 가등기를 해 두었습니다. 예약서에는 정해진 완결일이 지나면 따로 의사표시가 없어도 매매가 완결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그 뒤인 2010년, 다른 사람이 피상속인에게 모두 7,000만 원을 빌려주었습니다.

피상속인이 2014년 사망하고 대여금 소송이 제기되자 상속인들은 한정승인을 했고, 상속재산 범위에서 갚으라는 판결이 선고돼 확정됐습니다. 이후 가등기를 한 상속인이 나머지 상속인들을 상대로 본등기를 청구해 조정이 성립했고, 2018년 본등기가 마쳐졌습니다. 판결금 채권을 넘겨받은 원고는 상속인들이 채권자에게 비율대로 갚지 않고 토지를 한 사람에게 넘겼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한정승인자는 채권액 비율로 나누어 갚아야 합니다

한정승인자는 상속재산 범위에서 피상속인의 빚을 갚되, 법이 정한 순서와 방법을 지켜야 합니다. 「민법」 제1032조 제1항은 한정승인한 날부터 5일 안에 채권을 신고하라고 공고하도록 하고, 신고기간은 2개월 이상으로 정합니다. 같은 법 제1034조 제1항은 그 기간이 끝난 뒤 신고한 채권자와 한정승인자가 아는 채권자에게 채권액 비율로 갚되, 우선권 있는 채권자의 권리는 해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이 순서를 어기고 특정 채권자에게 먼저 갚아 다른 채권자가 변제받지 못하게 되면, 「민법」 제1038조 제1항에 따라 한정승인자가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이 사건 원고가 내세운 근거도 이 조항이었습니다.

구분한정승인자의 변제 기준
채권 신고 공고한정승인 후 5일 안에 공고
신고기간 2개월 이상 (민법 제1032조)
일반 상속채권자신고했거나 알고 있는 채권자에게
채권액 비율로 변제 (민법 제1034조)
우선권 있는 채권자그 권리를 해치지 못함
(민법 제1034조 제1항 단서)
소유권이전 가등기권자본등기를 마쳐 줘도 부당변제 아님
(2023다267355 판결)
순서를 어긴 변제다른 채권자가 못 받은 손해 배상
(민법 제1038조 제1항)

대법원이 본등기 이행을 부당변제로 보지 않은 이유

대법원은 가등기권자의 지위에 주목했습니다.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는 가등기를 가진 사람은 언제든 본등기를 청구해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고, 「부동산등기법」 제91조에 따라 본등기의 순위는 가등기의 순위를 따릅니다. 이런 순위보전 효력이 있으므로, 한정승인자가 본등기 의무를 이행한 것을 다른 채권자에 대한 부당변제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대법원은 가등기권자가 「민법」 제1034조 제1항 단서의 '우선권 있는 채권자'에 해당하는지는 따질 필요 없이 이 결론이 유지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 가등기권자는 상속인 중 한 사람이었지만, 판결문에서 그 점을 따로 문제 삼은 판단은 보이지 않습니다.

원고는 상속인들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99조 제2항의 상속재산 파산신청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책임도 함께 물었습니다. 원심은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더라도 채권자에게 손해가 생겼다고 볼 수 없다고 했고, 대법원은 원심 이유에 다소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하면서도 청구를 배척한 결론은 수긍해 상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한정승인 상속인과 상속채권자가 확인할 것

필자가 상속 상담을 하다 보면, 한정승인만 해 두면 상속재산을 어떻게 정리하든 책임이 없다고 여기는 분을 종종 봅니다. 그러나 한정승인자는 공고와 비율 변제 절차를 지켜야 하고, 이를 어겨 특정 채권자에게 먼저 갚으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 판결은 소유권이전 가등기에 따른 본등기 이행은 그 책임 대상이 아니라고 정리했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매매예약에 따른 소유권이전 가등기 사안이고, 판결문에는 그 매매예약 자체의 효력을 다툰 내용이 나오지 않습니다. 가등기가 실제 거래에 따른 것인지 의심스럽거나 채권 담보 목적의 가등기라면, 이 판결과 별개로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필자 해설). 한정승인 기간을 놓친 경우의 쟁점은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3개월을 놓쳤을 때에서 다뤘습니다.

상속채권자 쪽에서는 이 사건 대여가 가등기 뒤에 이루어졌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돈을 빌려주기 전에 상대방 부동산 등기부에 가등기가 있는지 확인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필자 해설). 상속재산이 채무에 못 미칠 때의 파산 절차와 세금 순위는 상속재산파산에서 피상속인 세금이 먼저인 이유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한정승인자는 공고 후 채권액 비율로 변제해야 하고, 어기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둘째, 상속재산의 가등기권자에게 본등기를 마쳐 준 것은 부당변제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입니다. 셋째, 가등기 원인 자체의 효력은 이 판결과 별개로 살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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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대법원 2026. 4. 2. 선고 2023다267355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1032조·제1034조·제1038조 [시행 2026. 3. 17., 법률 제21454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 「부동산등기법」 제88조·제91조 [시행 2025. 1. 31., 법률 제20435호] /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99조 [시행 2026. 10. 2., 법률 제21490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 같은 날 발행 칼럼: 미지급 산재 장해급여, 유족마저 사망하면 상속되나

김지혜 로엘법무법인 파트너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 전문 변호사 · 가사법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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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는 대법원 판결문의 범위로만 서술했고, 당사자와 토지의 소재지는 적지 않았습니다. 인용한 판결은 상고기각 판결입니다. 본 칼럼은 해당 사건의 수임과 무관합니다. 개별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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