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어장 가는 길 막혔다면, 통행권은

COLUMN · 부동산

작성 2026. 10. 28. | 로엘법무법인 창원분사무소 신승환 변호사

오랫동안 마을 어민들이 다니던 바닷가 길이 어느 날 철문으로 막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땅 주인이 통행을 허락하지 않으면 어촌계는 면허받은 어장에 들어갈 길을 잃습니다.

대법원은 2026년 5월, 어장과 공로 사이에 통로가 없다면 어업권자도 인접한 토지에 주위토지통행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놓았습니다. 이 판결로 어촌계와 바닷가 토지 소유자가 알아야 할 기준을 정리합니다.

Q. 바닷가 땅 주인이 어장으로 가는 길을 막으면, 어업권자도 주위토지통행권을 주장할 수 있나요?

해안에 붙은 어장과 공로 사이에 통로가 없다면 주장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6. 5. 14. 선고 2026다200867 판결은 「수산업법」 제16조 제2항에 따라 「민법」 제219조의 주위토지통행권을 어업권에도 준용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토지 소유자에게 어촌계와 계원 등 원고들의 통행을 막지 말라고 한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철문과 경비원에 막힌 어장 출입로

판결문에 따르면 이 사건 원고는 마을어업 면허를 받은 어촌계와 계원, 나잠어업 신고를 하고 어장 인근에서 일해 온 주민들입니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자연스럽게 생긴 길을 따라 어장에 드나들었고, 그 길의 입구가 피고 토지에 있었습니다. 이전 소유자가 철조망과 초소를 세운 뒤에도 통행은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상황은 2019년 철문과 상주 경비원이 생기면서 바뀌었습니다. 2022년 이 땅을 사들인 영농조합법인도 철문을 열어 주지 않자 어촌계 쪽은 통행방해금지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폭 2.5m, 83㎡ 통로에서 통행을 방해하지 말라고 판결했고, 원심은 항소를 기각했으며 대법원도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어업권에도 민법 제219조가 준용되는 이유

대법원은 어업권이 토지 소유권과 닮은 독점적 권리라는 점을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수산업법」 제16조 제2항은 어업권을 물권으로 하고, 따로 정한 것이 없으면 민법의 토지 규정을 준용하게 합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을 어업권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 토지 규정을 폭넓게 준용하라는 취지로 읽었습니다.

공로로 통하는 길이 없는 토지에 인정되는 「민법」 제219조의 통행권은 제290조·제319조로 지상권·전세권에도 준용됩니다. 대법원은 어업권자 역시 수산물을 채취해 옮기려면 인접 토지를 지나야 하므로, 해안 어장과 공로 사이에 통로가 없을 때 제219조를 준용해도 어업권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 주장법원 판단
물권법정주의 위반새 권리 창설이 아님
토지 소유자에게 소극적 수인의무를 지울 뿐(원심)
배로 가면 된다맨손 채취 방식과 맞지 않고 접안 시설도 없음
관리선은 1톤 이하 소형(원심)
어장과 떨어진 땅통행을 허락받지 못한 토지에
따로 통행권을 주장할 수 있음(1심)
결론통행방해금지 인용 원심 유지
피고 상고 기각

통로의 폭과 토지 소유자의 몫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돼도 통로는 토지 소유자의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으로 정해야 합니다. 「민법」 제219조 제1항 단서가 이를 정하고, 대법원 1991. 5. 28. 선고 91다9961 판결도 사람이 드나들고 약간의 물건을 옮길 폭이 확보되면 그 안에서 손해가 적은 방법을 골라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 1심은 수십 명이 손수레를 끌고 교행해야 하는 사정과 감정 결과를 고려해 폭을 2.5m로 정했습니다.

토지 소유자에게 남는 권리도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통행권자는 통행지 소유자의 손해를 보상해야 하고, 1심도 소유자의 경제적 손해는 이 보상으로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2다53469 판결은 통행권자가 통행 범위에서 땅을 쓸 수 있을 뿐 소유자의 점유를 배제할 권능은 없다고 봅니다.

피고가 내세운 쓰레기 투기·군사시설 보호구역 사정도 1심은 증명이 부족하고, 있더라도 통행권 요건과 무관하다고 했습니다. 1심은 피고가 이런 통행 사정을 알고 땅을 샀다고 보았습니다. 필자 해설로는, 바닷가 토지를 사려는 분이라면 매수 전에 주민들이 오래 써 온 길이 지나는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소송 직전 계원이 숨졌다면, 그리고 어촌계가 챙길 것

이 판결에는 두 번째 판단도 있습니다. 원심 판결문에 따르면 계원 한 명이 소송을 맡긴 뒤 소 제기 직전에 숨졌고, 대리인은 그를 원고로 적어 소를 냈습니다. 대법원은 「민사소송법」 제95조 제1호상 당사자가 사망해도 소송대리권이 소멸하지 않으므로, 대리인이 사망을 모르고 낸 소도 적법하고 그 효력은 상속인들에게 미친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16. 4. 29. 선고 2014다210449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는 1심과 항소심 중에도 여러 계원의 상속인이 계원 지위를 이어받아 소송을 수계했습니다. 법인 아닌 어촌계의 어업권은 「수산업법」 제16조 제4항상 총유여서 피고가 총회 결의 부재를 다퉜지만, 1심은 임시총회 결의를 확인해 배척했습니다.

필자가 창원에서 상담하다 보면, 땅 주인이 바뀐 뒤 오래 다니던 길이 막혔다는 이야기를 바닷가 마을에서도 듣게 됩니다. 어촌계라면 면허증의 채취 방법, 길을 써 온 기간을 보여 줄 사진·진술, 차단 시점과 방식, 총회 의사록을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통로의 위치와 폭은 현장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해안 어장과 공로 사이에 통로가 없다면 어업권자도 주위토지통행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둘째, 통로는 토지 소유자의 손해가 가장 적은 범위로 정해지고 소유자는 손해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셋째, 소송위임 뒤 제소 전에 당사자가 숨져도 소 제기는 적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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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대법원 2026. 5. 14. 선고 2026다200867 판결 / 부산고등법원 2025. 12. 18. 선고 2024나55375 판결 /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24. 7. 17. 선고 2022가합104500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법원 1991. 5. 28. 선고 91다9961 판결 /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2다53469 판결 / 대법원 2016. 4. 29. 선고 2014다210449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219조·제290조·제319조 [법률 제21454호, 시행 2026. 3. 17.] / 「수산업법」 제16조 [법률 제21570호, 시행 2026. 10. 22.] / 「민사소송법」 제95조 [법률 제21993호, 시행 2026. 10. 2.] —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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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환 로엘법무법인 파트너변호사 · 창원분사무소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국선변호인 역임 · 경북대 법학과 및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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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는 대법원·원심·1심 판결문의 범위로만 서술했고, 당사자와 토지·어장 소재지는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본 칼럼은 해당 사건의 수임과 무관합니다. 개별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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