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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대주단 승소, 준공 5개월 늦은 신탁사 대출원리금 전액배상

대주단을 대리한 로엘법무법인 정태근 대표변호사는 "책임준공 소송도 개별 사건 및 대응 방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있는 만큼, 부동산금융, 신탁 분야에서 축적된 송무·자문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문성을 가진 법률대리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줄 요약

누가: 오피스텔 신축 사업에 돈을 빌려준 대주단(원고)이 수탁자인 신탁사(피고)를 상대로 소송
얼마: 대출원금과 연체이자 전액. 여기에 2025년 5월 31일부터 소장 송달일(8월 21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지연손해금 (1심 원고 전부 승소, 확정)
왜: 신탁사가 연장된 책임준공기한까지 건물을 준공하지 못해, 약정대로 대출원리금과 연체이자를 손해배상 예정액으로 물어야 함
쟁점: 책임준공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약정이 민법상 '손해배상의 예정'에 해당하는지와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서 신탁사가 책임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대출원리금을 전액 배상해야 할까.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민사부는 2026년 10월 대주단(대출을 내준 금융기관들)이 신탁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건물은 결국 지어졌지만 신탁사 책임준공기한보다 5개월 늦게 완공됐다. 재판부는 약정대로 신탁사가 대출원금과 연체이자 전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봤다.

새마을금고 10곳으로 이뤄진 대주단(원고들)은 2021년 4월 오피스텔 신축 사업에 240억 원 규모의 대출약정을 맺었다.

같은 날 신탁사는 사업 부지를 신탁받는 관리형토지신탁계약을 맺고 대주단에 책임준공이행확약서도 써 줬다. 계약과 확약서에는 시공사가 기한 내에 건물을 짓지 못하면 신탁사가 책임준공의무를 지며, 이를 어기면 대주단에 대출원리금과 연체이자를 배상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책임준공은 천재지변 같은 불가항력이 아니면 자금난이나 분양 부진 등 어떤 사정이 있어도 공사를 멈추지 않고, 정해진 기한까지 건물을 완공해 사용승인을 받겠다는 약속이다.

시공사는 준공기한인 2023년 1월까지 건물을 짓지 못했다. 대주단은 대출 만기를 두 차례 늦춰 주고 신탁사의 책임준공기한도 연장해 줬다.

하지만 건물 사용승인은 2023년 11월로 늦춘 신탁사 책임준공기한마저 넘겨 2024년 4월에야 났다. 차주는 2025년 1월 대출 만기에도 원리금을 갚지 못했다.



원리금 배상 약정은 '손해배상의 예정'일까?⋯계약서에 '예정액' 명시




재판부는 이 약정이 민법 제398조가 정한 '손해배상의 예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의 예정은 계약을 어겼을 때 물어줄 돈을 미리 정해 두는 약정이다. 채권자는 손해를 따로 증명할 필요가 없고, 채무자가 실제 손해가 더 적다고 증명해도 그것만으로는 배상액을 깎을 수 없다.

재판부는 신탁사가 대출약정·신탁계약·확약서 세 문서에서 이 조항을 거듭 약정했고, 특히 신탁계약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액'이라고 못 박은 점을 짚었다.

이어 일반적인 관리형토지신탁의 신탁수수료가 총사업비의 약 0.05~0.15% 수준인데 신탁사는 "그보다 약 10배 이상 많은 신탁수수료를 수취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들었다.

관리형토지신탁에서 신탁사는 원래 사업시행자 명의만 갖는데, 재판부는 높은 수수료를 책임준공의무와 배상 책임을 더 진 대가로 봤다.

새마을금고 여신업무방법서의 자기자본 요건에 비춰 보면, 신탁사의 책임준공 약정이 없었다면 "원고들이 이 사건 대출약정을 체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도 지적했다.


신탁사 배상액, 법원이 깎아 줄 수는 없었을까



재판부는 배상액이 부당하게 많아 깎아야 한다는 신탁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법은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이 줄일 수 있게 하지만, 대법원은 실제 손해가 적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경제적 약자인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해 공정성을 잃는 정도여야 한다고 본다.

재판부는 부동산신탁을 주로 하는 회사인 신탁사가 "신탁사 책임준공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인식하고" 사업에 참여했다고 봤다.

신탁사의 책임준공의무 위반에 원고들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신탁사가 배상금을 시공사와 책임준공 연대보증인에게 구상할 수 있고, 대출원리금 다음 순위로 신탁재산에서 회수할 수도 있어 책임을 최종적으로 떠안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주단이 하나하나 보면 규모가 크지 않은 지역 새마을금고이고, 대출 만기와 책임준공기한을 늦춰 주며 사업을 도왔다는 점도 짚었다.

또 신탁사 책임준공제도가 PF 금융에서 보편적인 거래 관행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봤다.


자본시장법이 금지한 '손실보전'이나 '지급보증'에 해당할까



재판부는 신탁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탁사는 이 약정이 법이 금지하는 '손실보전 내지 이익보장'이나 '지급보증'에 해당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업자가 투자자의 손실을 보전해 주거나 일정한 이익을 보장하기로 약속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재판부는 신탁사의 배상의무가 계약상 자기 의무인 책임준공의무를 "불이행한 것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는 것"이어서 손실보전이나 이익보장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이 2016년 11월 "책임준공확약은 신탁업자 본인의 채무에 해당"하고 손실보전이나 지급보증이 아니라는 취지로 안내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다만 금감원은 의무를 어겼을 때의 손해배상액 산정 조건이 통상적인 조건과 달리 과도하면 손실보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는데, 재판부는 이 사건 손해배상 예정액이 "통상적인 조건이나 공평의 원칙 등에 비추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 약정은 "타인의 채무를 보증한 것이 아니라" 신탁사 자신의 책임준공의무 불이행에 따른 배상의무를 정한 것이므로 자본시장법령이 제한하는 지급보증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원고들을 대리한 로엘법무법인의 정태근 대표변호사는 "최근 신탁사가 승소한 사례가 있었으나 법원의 주된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며 "책임준공 소송도 개별 사건 및 대응 방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있는 만큼, 부동산금융, 신탁 분야에서 축적된 송무·자문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문성을 가진 법률대리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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