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칭 대리인에게 속아 보낸 돈, 누구에게 돌려받나

COLUMN · 민사

작성 2026. 10. 23. | 로엘법무법인 박은석 변호사

회사 직원이나 대리인이라고 소개한 사람과 계약을 맺고, 그 회사 명의 계좌로 돈을 보냈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에게는 대리권이 없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돈은 분명 회사 계좌로 들어갔으니 회사가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대법원은 2026년 8월, 이런 사안에서 계좌 명의 회사의 부당이득 반환의무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이 판결로 사칭 피해금을 누구에게 돌려받아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Q. 대리인을 사칭한 사람에게 속아 본인 명의 계좌로 돈을 보냈다면, 계좌 명의인에게 돌려받을 수 있나요?

계좌 명의인이라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명의인이 그 돈을 사실상 지배해 실질적 이득자가 되었다고 볼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 2026. 8. 13. 선고 2026다202155 판결은 입금 직후 약정대로 다른 곳에 이체돼 계좌가 통로에 불과했다면 명의인에게 부당이득 반환의무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신탁회사 팀장의 대리인 사칭, 회사 계좌로 간 100억 원

판결문에 따르면 한 부동산 신탁회사는 호텔사업 시행사들과 자금관리약정을 맺고 회사 명의 자금관리계좌를 열었습니다. 약정상 돈을 모아 오는 책임은 시행사에 있고, 회사는 시행사가 요청하면 집행할 뿐이며 계좌에 질권을 설정하거나 양도할 수 없었습니다.

자금 모집이 어려워진 시행사 측은 높은 이자를 내세워 '보관금'을 맡기면 만기에 돌려준다며 예치자를 모았고, 이 회사 팀장은 회사 대리인을 자처하며 회사 명의 약정서를 위조해 건넸습니다. 피해자는 2017년 세 차례 합계 100억 원을 회사 계좌로 보냈지만, 돈은 매번 당일부터 4일 안에 시행사가 지정한 계좌로 빠져나갔습니다. 팀장은 관련 형사사건에서 징역 5년이 확정됐습니다. 원심은 회사가 100억 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계좌 명의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반환 의무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부당이득 반환의무는 실제로 이득이 돌아간 사람에게 지우는 것이 원칙입니다.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으로 이익을 얻은 자에게 반환을 명하는데, 대법원은 이득이 실질적으로 귀속되지 않았다면 반환의무를 지울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대리인 사칭에 속아 본인 계좌로 보낸 돈은 송금·인출 경위상 본인이 그 돈을 사실상 지배할 수 있었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이 기준은 처음 나온 것이 아닙니다. 대법원 2011. 9. 8. 선고 2010다37325, 37332 판결은 토지 소유자 대리인을 사칭한 사람이 소유자에게서 미리 받아 둔 통장으로 매매대금을 송금 당일 모두 인출한 사안에서, 소유자를 실질적 이득자로 보기 어렵다며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상황부당이득 반환 상대방
원인 없이 남의 계좌로 이체은행이 아니라 예금채권을 얻은 수취인
(대법원 2007다51239)
대리인 사칭에 속아 본인 계좌로 송금본인이 돈을 사실상 지배한 실질적 이득자일 때만
본인에게 청구 가능
계좌가 자금 통로에 그친 경우명의인 반환의무 부정, 이익은 최종 수령자에게 귀속
(대법원 2026다202155)

대법원이 회사 계좌를 '통로'로 본 이유

대법원은 회사 명의 계좌였더라도 회사가 그 돈을 지배하거나 지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약정상 회사는 시행사가 조달한 돈을 시행사 요청대로 집행할 뿐이어서, 이 계좌는 자금이 흘러가는 통로로 예정돼 있었다는 것입니다.

실제 입출금 내역도 같았습니다. 100억 원은 회사 계좌를 잠시 거쳐 갔을 뿐 회사에 남은 이익이 없고, 최종 이익은 시행사가 지정한 수령자에게 돌아갔습니다. 회사가 이체로 시행사에 대한 채무를 면한 것도 아니며, 회사가 팀장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을 갖더라도 피해자의 송금이 직접 원인이 아니어서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원심이 따로 판단하지 않은 사용자책임 손해배상청구도 함께 파기돼 환송 후 다시 심리됩니다.

돈을 보낸 쪽과 계좌 명의인이 각각 확인할 것

사칭 피해로 돈을 보낸 쪽은 먼저 그 돈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갔는지부터 추적해야 합니다. 계좌 명의인에게 부당이득을 묻기 어렵다면 사칭한 사람에게는 「민법」 제135조의 무권대리인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사칭자가 그 회사 직원이었다면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가 대리권이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제135조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사칭자가 사기로 기소됐다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제26조에 따라 1심 또는 2심 변론 종결 전까지 형사재판에서 배상명령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절차는 형사재판에서 바로 돈을 돌려받는 방법에서 다루었습니다.

반대로 내 명의 계좌로 사칭 피해금이 들어왔다 나간 쪽은 계좌 관리 약정과 입출금 내역으로 돈을 지배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필자가 사기 사건을 다루다 보면 돈이 지나간 계좌만 보고 상대를 정했다가 시간을 잃는 경우를 봅니다. 결론은 송금 경위와 약정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대리인 사칭에 속아 본인 계좌로 보낸 돈은 본인이 실질적 이득자일 때만 부당이득으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약정상 집행만 하고 곧바로 이체된 계좌는 자금 통로로 보아 명의인 반환의무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셋째, 피해자는 돈이 최종적으로 간 곳을 추적하면서 사칭자의 책임과 배상명령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계약서와 송금·이체 내역, 상대방이 대리인이라며 내민 서류를 갖춰 두시면 검토가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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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대법원 2026. 8. 13. 선고 2026다202155 판결 / 대법원 2011. 9. 8. 선고 2010다37325, 37332 판결 /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1239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135조·제741조·제756조 [법률 제21454호, 시행 2026. 3. 17.]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제26조 [법률 제21726호, 시행 2026. 6. 2.] —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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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로엘법무법인 파트너변호사
검사 출신(수원·창원·청주지방검찰청,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 검찰총장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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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는 대법원 판결문의 범위로만 서술했고, 당사자는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인용한 2026다202155 판결은 파기환송 판결로, 환송 후 사용자책임 등 최종 결론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본 칼럼은 해당 사건의 수임과 무관합니다. 개별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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