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5천만 원짜리 위약금 특약이 기각된 이유

COLUMN · 민사

작성 2026. 9. 22. | 로엘법무법인 모형관 변호사

계약서에 "불이행 시 위약금 3억 5천만 원"이라고 적어 두었습니다. 상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이제 등기도 받고 위약금도 받으면 되는 걸까요.

수원지방법원이 2026년 9월 18일 「우리법원 주요판결」로 공개한 사건에서 법원은 등기는 넘겨주라고 하면서 위약금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같은 문장을 놓고 결론이 갈리는 지점이 어디인지 보겠습니다.

Q. 계약서에 적은 위약금은 어떤 성격으로 해석되나요?

「민법」 제398조 제4항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추정이 깨지면 위약벌이 될 수 있고,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더라도 이행지체에 대한 지연배상액의 예정인지, 이행불능에 대한 전보배상액의 예정인지가 다시 갈립니다. 이 구분에 따라 본래 채무의 이행을 함께 청구할 수 있는지가 달라집니다.

등기는 인용, 위약금은 기각

수원지방법원 2026. 7. 15. 선고 2026가합1246 판결입니다. 보증금 8억 원에 아파트를 임차해 살던 임차인이 같은 집을 매매대금 9억 6,000만 원에 사기로 했습니다. 전세보증금 8억 원을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간주하고 잔금 1억 6,000만 원을 더 내기로 한 구조입니다.

특약에는 불이행 시 위약금 3억 5,000만 원을 귀책 있는 쪽이 지급한다고 적었고, 매수인은 그 금액만큼 근저당권을 설정했습니다. 그런데 잔금일을 앞두고 제3자가 신청한 청구금액 2억 6,800만 원의 가압류가 이 아파트에 걸렸습니다. 매수인은 소유권이전등기와 위약금을 함께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등기청구는 전부 인용하고 위약금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이 판결은 제1심이며, 확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위약금은 일단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됩니다

출발점은 민법 제398조 제4항입니다.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는 짧은 문장이 계약서에 적힌 위약금의 성격을 일단 정해 줍니다.

이 추정이 깨지는 경우를 정리한 것이 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처분문서의 내용과 계약 체결 경위,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적 등을 종합해 개별적으로 판단할 의사해석의 문제라고 하면서, 하나의 계약에 손해배상예정 조항이 따로 있는 등 이중배상이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위약벌로 본다고 했습니다. 같은 판결은 위약벌에는 민법 제398조 제2항의 감액 규정을 유추적용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예정이면 부당히 과다할 때 감액할 수 있지만 위약벌이면 그 길이 막힙니다.

예정에도 두 종류가 있습니다

덜 알려진 구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도 무엇에 대한 배상을 미리 정한 것인지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구분지연배상액의 예정전보배상액의 예정
대상이행지체로 생기는 손해이행불능으로 생기는 손해
본래 채무 청구위약금과 함께 청구 가능이행이 가능한 이상
함께 청구 불가
감액제398조 제2항으로
감액 가능
제398조 제2항으로
감액 가능

법원이 전보배상으로 본 근거

판결은 세 가지를 들었습니다. 첫째, 금액의 크기입니다. 판결은 통상 위약금을 계약금 상당액인 총 매매대금의 10퍼센트로 보는 거래 관행에 비추면 이 사건 위약금은 그 약 2.5배에 달한다고 보았습니다. 지연배상으로 해석하면 매수인이 소유권을 이전받는 데 더해 거액을 함께 가져가게 되어 과도한 이익이라는 것입니다.

둘째, 근저당권 말소 문구입니다. 특약은 잔금지급·소유권이전등기접수와 동시이행조건으로 위 근저당권을 말소한다고 적었습니다. 계약 목적이 달성되면 위약금을 담보하던 근저당권이 조건 없이 사라진다는 뜻이므로, 그 조항은 소유권이전의무가 종국적으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를 겨냥한 것으로 읽었습니다.

셋째, 매수인 자신이 보낸 내용증명입니다. 기한까지 이행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고 담보된 금원과 계약금·중도금을 돌려받겠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작성 당시의 이해를 보여 주는 근거입니다. 이런 접근은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5다212847 판결이 밝힌 법리, 즉 문언만으로 객관적 의미가 명확하지 않으면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달성하려는 목적, 거래의 관행을 종합해 합리적으로 해석한다는 기준과 맞닿아 있습니다.

가압류가 걸려 있으면 잔금을 미룰 수 있습니다

이 판결에서 매수인이 이긴 쪽도 실무상 의미가 큽니다. 매도인은 잔금과 동시이행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가압류의 피보전채권액이 잔금을 훨씬 초과했기 때문입니다.

근거가 되는 법리는 오래된 것입니다. 대법원 1988. 9. 27. 선고 87다카1029 판결은 부동산매매계약에서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매수인은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있어 완전한 소유권이전을 받지 못할 우려가 있으면 말소될 때까지 등기상의 담보한도금액에 상당한 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대법원 1999. 6. 11. 선고 99다11045 판결은 가압류집행이 되었다고 소유권이전등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대금지급을 거절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가압류되었다는 사유만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대금을 미루는 것과 계약을 깨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위약금 조항을 두고 다툼이 있습니까?

계약서 특약의 원문, 위약금 액수와 총 대금의 비율, 담보 설정 여부와 말소 조건, 상대에게 보낸 통지의 문구를 정리해 두시면 검토가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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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수원지방법원 2026. 7. 15. 선고 2026가합1246 판결 — 수원지방법원 「우리법원 주요판결」 2026. 9. 18. 게시분 (수원지방법원)
· 「민법」 제398조 [법률 제21454호, 시행 2026. 3. 17.] —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전원합의체 판결 / 2025. 10. 16. 선고 2025다212847 판결 / 1988. 9. 27. 선고 87다카1029 판결 / 1999. 6. 11. 선고 99다11045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 관련: 가맹계약 중도해지 위약금, 어디까지 유효한가 / 아파트 하자, 언제까지 물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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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관 로엘법무법인 파트너변호사 · 서울 근무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 전문 변호사 · 임대차관련법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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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본문의 사실관계는 수원지방법원이 공개한 판결문에 기재된 범위로만 서술했고, 당사자·소송관계인과 부동산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모두 제외했습니다. 이 판결은 제1심이며 확정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판결이 함께 인용한 대법원 2005다18375·2010다87320·2008다40991은 원문을 확보하지 못해 본문에 인용하지 않았습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른 감액의 구체적 기준과 비율도 관련 판례 원문을 대조하지 않아 다루지 않았으며, 본문의 "총 매매대금의 10퍼센트"는 이 판결이 설시한 거래 관행을 옮긴 것으로 별도의 통계가 아닙니다. 개별 사안은 계약 문언과 체결 경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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