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만 해 둔 상표로는 침해금지를 구할 수 없습니다
COLUMN · 지식재산
작성 2026. 9. 21. | 로엘법무법인 강성문 변호사
상표는 등록해 두면 권리가 완성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등록원부에 이름이 올라가 있으니 누가 같은 표장을 쓰면 당연히 멈추게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광주지방법원이 2026년 9월 17일 선고한 판결은 그 전제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등록만 해 두고 쓰지 않은 상표로는 침해금지도, 손해배상도 받지 못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Q. 상표를 등록만 해 두고 쓰지 않아도 침해금지를 청구할 수 있습니까? 이 판결은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불사용을 이유로 한 상표등록취소심판이 이미 청구되어 장차 등록이 취소될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취소심결 확정 전이라도 그 상표권에 기초한 침해금지청구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제1심 판결이고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
무슨 일이 있었나
광주지방법원이 「우리법원 주요판결」에 2026년 9월 18일 공개한 2022가합58532 손해배상(기) 판결입니다. 게시본과 첨부 판결문이 당사자를 비실명으로 처리하고 있어, 사실관계는 판결문에 적힌 범위에서만 옮깁니다.
원고는 2021년 9월 어느 회사로부터 상표권을 양수해 이전등록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양도인의 임금·퇴직금 채권자들이 그 양수계약을 사해행위라며 소송을 냈고, 사해행위취소와 원상회복을 명한 판결이 확정되어 이전등록은 말소되었습니다. 한편 원고가 상표권을 넘겨받고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표등록취소심판이 2024년 9월 청구되어 특허심판원에 계속 중이었습니다.
이 상태에서 원고는 같은 표장을 쓰는 상대방들에게 사용금지와 폐기, 5,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법원은 모두 기각했습니다. 두 청구는 서로 다른 이유로 배척됐습니다.
| 청구 | 결론 | 배척 이유 |
|---|---|---|
| 사용금지·폐기 (제107조) | 기각 | 취소될 것이 명백한 상표권의 행사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
| 손해배상 (제110조 제3항) | 기각 | 손해 발생의 구체적 주장·증명을 다하지 못했다 |
적용되는 법률과 쟁점
상표권자는 「상표법」 제89조에 따라 등록상표를 사용할 권리를 독점하고, 제107조에 따라 침해의 금지·예방과 침해물의 폐기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은 제109조가 근거이고, 제110조 제3항은 침해자가 얻은 이익액을 손해액으로 추정합니다.
맞은편에 있는 조문이 제119조 제1항 제3호입니다. 상표권자·전용사용권자·통상사용권자 중 어느 누구도 정당한 이유 없이 등록상표를 지정상품에 취소심판청구일 전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은 경우 등록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같은 조 제3항은 사용했다는 증명책임을 상표권자에게 지우고, 제5항은 이 심판을 누구든지 청구할 수 있게 합니다. 제6항 단서는 이 사유로 취소심결이 확정되면 상표권이 심판청구일에 소멸한 것으로 본다고 정합니다. 소급효가 있다는 뜻입니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해왔나
판결은 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출발합니다.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후2463 전원합의체 판결은 불사용취소 제도의 취지가 등록주의의 폐해를 시정하고 타인의 상표 선택 기회를 넓히는 데 있다고 보았고, 대법원 2012. 10. 18. 선고 2010다103000 전원합의체 판결은 상표권도 사적 재산권인 이상 정의와 공평의 이념에 맞게 행사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 법원은 두 법리를 이어, 취소될 것이 명백한 상표권을 제한 없이 독점적으로 행사하게 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와 형평에 어긋난다고 보았습니다.
손해배상 쪽 기준은 더 오래 굳어져 있습니다. 대법원 2016. 9. 30. 선고 2014다59712, 59729 판결은 등록된 상표를 타인이 사용했다는 것만으로 사용료 상당액이 당연히 손해로 인정되지는 않고, 상표권자가 상표를 실제 사용하고 있었음에도 침해가 있었다는 구체적 피해 발생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불사용의 정당한 이유는 최근 다시 정리되었습니다. 대법원 2026. 3. 12. 선고 2024후10504 판결과 같은 날 선고된 2024후11460 판결은, 불가항력이나 법률에 의한 규제처럼 사용할 수 있는 자가 통제할 수 없는 객관적·외부적 요인에 따른 불가피한 사유여야 하고 영업 부진이나 법적 분쟁의 우려 같은 주관적·내부적 요인만으로는 취소를 면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 원고가 든 사유는 모두 뒤쪽으로 분류되었습니다.
다툼이 예상되는 지점
첫째는 종래 판례와의 관계입니다. 대법원은 과거에 불사용 취소사유가 있어도 취소심결이 확정되지 않는 한 침해금지청구권의 행사를 제한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해 왔습니다. 이 판결은 그 판단들이 취소심결의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던 2016년 전부개정 전 구 상표법 사안이어서 원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구분이 상급심에서 유지될지가 첫 쟁점입니다.
둘째는 손해배상의 여지입니다. 판결은 불사용이라고 해서 손해가 언제나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단서를 남겼습니다. 상표를 사용한 사업을 구체적으로 준비하던 중 침해로 장해가 생겼거나 사용허락 협상이 침해상표 때문에 무산된 것과 같은 구체적 사정이 증명되면 일정 범위에서 손해를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적었습니다.
실무에 주는 시사점
정리하면 셋입니다. 첫째, 등록과 권리행사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3년 이상 쓰지 않은 상표는 누구든 취소심판을 걸 수 있습니다. 둘째, 사용 증거를 남겨 두는 일이 곧 방어입니다. 증명책임이 상표권자에게 있으므로 상품에 부착한 사진, 거래명세, 광고 자료를 지정상품별로 보관해 두어야 합니다. 셋째, 경고장을 받은 쪽이라면 상대가 그 상표를 실제로 쓰고 있는지부터 확인할 실익이 있습니다.
상표 사용을 두고 분쟁이 생겼습니까? 등록상표의 등록일과 지정상품, 최근 3년간의 사용 자료, 받으신 경고장이나 소장을 정리해 두시면 검토가 빠릅니다. |
참고자료
· 광주지방법원 2026. 9. 17. 선고 2022가합58532 판결 — 광주지방법원 우리법원 주요판결
· 「상표법」 제89조·제107조·제109조·제110조·제119조 [법률 제21134호, 시행 2025. 11. 11.] —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법원 2012후2463 전합 / 2010다103000 전합 / 2014다59712, 59729 / 2024후10504 —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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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소개한 판결은 제1심 판결이고, 확정 여부는 공개 자료로 확인되지 않습니다. 사실관계는 법원이 공개한 비실명 처리본의 범위로만 적었고, 당사자와 대리인, 표장의 명칭, 상표등록번호, 심판 사건번호는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계속 중인 취소심판의 심결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판결이 취지만 언급한 종래의 대법원 결정·판결과 사해행위취소의 상대효에 관한 판결들은 원문 미확보로 사건번호를 인용하지 않았고, 불사용취소심판 통계도 다루지 않았습니다. 개별 사안은 사용 사실과 증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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